가족

은수저

날고집이 2013. 10. 4. 12:49

 

  은수저

 

 

산이 저문다

노을이 잠긴다

저녁밥상에 애기가 없다

애가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

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

 

한밤중에 바람이 분다

바람 속에서 애기기 웃는다

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 본다

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

 

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

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

불러도 대답이 없다

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

 

김광균

 

유리창

 

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

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

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.

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

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,

물 먹은 별이, 반짝, 보석처럼 박힌다.

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

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,

고흔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

아아, 늬는 산ㅅ새처럼 날아갔구나!

 

정지용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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